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데이원 멤버들이 이 책에 남긴 기록 9개 중 최근 3개를 소개합니다.
최근 멤버들이 남긴 기록
처음에는 긴장하고 탐색하고 눈치 보고 여기저기 살피고 반응이 늦어요. 그러다 적응하면 잘 웃고 떠들고 "싫어요","안 해요" 소리가 많이 나오죠. 자기주장을 솔직하게 표현하고요. 그래서 저는 "싫어요","안 해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요.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이 안에서 내가 이 단체의 일원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확실하게 정체감을 갖는 것이거든요.
요즈음 생각보다 솔직하기 어려운 관계도 있음을 느낀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터놓았을 때 내가 부정당하지 않고, 이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있어야만 했다. 관계 속 나이테가 한 줄 한 줄 쌓여갈수록, 나는 나를 더 솔직히 드러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관계가 그랬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함께한 시간이 깨짐을 축적시키곤 한다. 나의 솔직함이 그 자국의 결을 따라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땐 숨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 관계에서 내 정체감이 희미해지는 순간이다.
2026년 5월 2일
그사이 센터도 변해서 처음 센터를 설립했던 센터장은 이미 그만둔 지 오래였기 때문에 전처럼 현석을 살갑게 맞아줄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현석은 센터를 종종 찾아왔다. 아무에게도 교정시설에 들어간다는 말을 안 했고, 센터 내의 누구도 잘 다녀오라는 의미로 그를 반겨주진 않았지만, 센터 방문은 마치 교정시설에 들어가기 전 인사처럼 행해졌다.
이런 책이 어려운 것은, 나도 모르게 타자의 삶에 연민을 느끼며 내 상황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대하면 좋을지 갑자기 모르겠다. 위시할 어른과 갑자기 끊길 수 있다는 생각, 그럼에도 현석에게 보금자리는 센터 뿐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믿음의 연속성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2026년 4월 30일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부가가치를 내는 지식집약적 산업에 진입하려면 개인이 스펙을 쌓고 정규교육에 추가해서 뭔가를 더 갖춰야만 한다. 청년층은 이를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었다면 수정은 가족의 지원을 받으며 취업준비생 생활을 몇 년 정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지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 수정은, 여전히 가난한 어른이다. 모범적인 대학생이 되어도, 유치원 교사가 되어 어머니를 지원해도, 가족과 환경이 끝없는 빈곤의 수렁으로 이끈다. 물을 부어도 부어도 새어나가는 항아리처럼 말이다. 수정에게 숨구멍 같은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는데 꿈을 갖는 건 사치다. 여유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하려 하는데 그러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사회는 부족함 없이 자란 사람의 자연스러움을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 뒤에 남는 것은, 가난한 아이의 그림자를 지닌 어른뿐이다.
2026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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