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은 책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데이원 멤버 11이 이 책을 서재에 담았고, 9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 처음에는 긴장하고 탐색하고 눈치 보고 여기저기 살피고 반응이 늦어요. 그러다 적응하면 잘 웃고 떠들고 "싫어요","안 해요" 소리가 많이 나오죠. 자기주장을 솔직하게 표현하고요. 그래서 저는 "싫어요","안 해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요.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이 안에서 내가 이 단체의 일원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확실하게 정체감을 갖는 것이거든요.

    요즈음 생각보다 솔직하기 어려운 관계도 있음을 느낀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터놓았을 때 내가 부정당하지 않고, 이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있어야만 했다. 관계 속 나이테가 한 줄 한 줄 쌓여갈수록, 나는 나를 더 솔직히 드러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관계가 그랬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함께한 시간이 깨짐을 축적시키곤 한다. 나의 솔직함이 그 자국의 결을 따라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땐 숨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 관계에서 내 정체감이 희미해지는 순간이다.

    조연수

  • 그사이 센터도 변해서 처음 센터를 설립했던 센터장은 이미 그만둔 지 오래였기 때문에 전처럼 현석을 살갑게 맞아줄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현석은 센터를 종종 찾아왔다. 아무에게도 교정시설에 들어간다는 말을 안 했고, 센터 내의 누구도 잘 다녀오라는 의미로 그를 반겨주진 않았지만, 센터 방문은 마치 교정시설에 들어가기 전 인사처럼 행해졌다.

    이런 책이 어려운 것은, 나도 모르게 타자의 삶에 연민을 느끼며 내 상황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대하면 좋을지 갑자기 모르겠다. 위시할 어른과 갑자기 끊길 수 있다는 생각, 그럼에도 현석에게 보금자리는 센터 뿐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믿음의 연속성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조연수

  •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부가가치를 내는 지식집약적 산업에 진입하려면 개인이 스펙을 쌓고 정규교육에 추가해서 뭔가를 더 갖춰야만 한다. 청년층은 이를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었다면 수정은 가족의 지원을 받으며 취업준비생 생활을 몇 년 정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지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 수정은, 여전히 가난한 어른이다. 모범적인 대학생이 되어도, 유치원 교사가 되어 어머니를 지원해도, 가족과 환경이 끝없는 빈곤의 수렁으로 이끈다. 물을 부어도 부어도 새어나가는 항아리처럼 말이다. 수정에게 숨구멍 같은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는데 꿈을 갖는 건 사치다. 여유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하려 하는데 그러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사회는 부족함 없이 자란 사람의 자연스러움을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 뒤에 남는 것은, 가난한 아이의 그림자를 지닌 어른뿐이다.

    조연수

  • 어른이라고 자아정체감이 모두 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에 이 과업을 잘 달성하지 못하면 그는 미성숙한 채로 남아 어른이 되고 수많은 문제와 어려움에 부닥 치게 된다.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데에 학습 능력이나 지능, 지위 고하, 재산 유무, 신체적 능력 등이 영향을 주긴 하지만 이것들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하면서 겪은 경험의 질, 직면하고 대처해본 어려움, 접해본 사람들의 다양성,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주는 자극 등이 더 깊게 연관된다.

    가정에서 자아정체감을 위한 작은 경험들을 느끼기 어려운 아이들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자아정체감을 갖춘 어른이 되기 위한 채비를 학교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조연수

  •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존재이다. 사회 안에서 자신의 위신과 자존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정체감)이 삶에 필수적인 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이를 훼손하면서까지 경제 적 도움을 얻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난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도움 요청'은 자칫 위신과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계층, 어떤 연령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표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사실은 괜찮은 척 살아가는 거면서, 그걸 알고 있어도, 나의 취약함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도와달라 이야기하는 게 어렵다. 취약함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은 사실 약함과 가장 거리가 멀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부끄러움보다도 큰 것이다. 그렇게 숨기고픈 상황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다. 유약하기에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조연수

  • 어머니의 이런 강인함, 삶에 대한 충만한 에너지는 자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기 등은 지현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삶의 태도가 되었다. 지현은 스스로를 자존감이 매우 높고 당면한 상황에서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얼마전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가지고 “내가 우리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그리고 내가 미래의 가족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책 속 여러 아이들은 비슷한 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다. 가난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는 있어도, 어떤 형태의 가족에게서 무엇을 보고, 배우고, 혹은 반면교사 삼아 깨닫는지에 따라 또다른 모습의 어른으로 자라나게끔 한다. 이런 차이가 있는 각각의 환경은 사실 비슷하다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현이 지닌 단단함도 결국은 좋은 어른으로부터 습득된 것이라면, 가난, 그보다도 그속에서 배울 점을 찾기 어려운 어른들이 만들어낸 행태를 답습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조연수

  • 가난한 가족일수록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정상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상당수가 바로 여기에 속한 약자들이다. 정상가족의 배타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소외감과 열패감을 경험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평범에 대한 갈망이 크다. 정상 개인, 평범한 개인, 더 나아가 ‘정상 가족’까지 프레임화되어 있다. 영성은 어린 시절 잠시 경험한 정상 가족의 순간으로 회귀하고 싶어 한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가 인생의 제1목표가 된 영성은, 가족의 모습으로 인해 자신이 겪은 소외감의 상속을 끊으려 하는 것 같다.

    조연수

  • 지금도 어머니는 글을 읽지 못한다. 어머니가 변변한 직장을 갖기 힘들었고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며 근근이 살았던 원인도 여기에 있다.

    가난의 대물림은 무섭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던 가난을 수습하다 보면, 가난에서 벗어날 힘을 상실한다. 조금더 노력해보지 라는 말은 구조 속에서 폭력성을 지닌다.

    조연수

  • 하지만 그곳에서 몇 년 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나는 이 사건이 빈곤의 다양한 양상 중 단편적인 장면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난을 겪는 학생들의 삶에서 공부나 성장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어른들이나 학생들이나 자신의 생존과 안전의 욕구를 위해서 공동체의 질서나 문화는 쉽게 무시되었고 공동체성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의’나 ‘교육’의 논리보다는 ’힘’의 논리가 횡행했다.

    누군가의 세계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전제가 깔려있다. 함부로 예측하고 판단하지 않으려 해야 한다. 당연시 여기는 세계관부터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감히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하는 것 같다.

    조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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