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단순한 것의 힘
탁진현
데이원 멤버 3명이 이 책을 서재에 담았고, 3개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어쩌면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방황의 가장 큰 원인이 미디어가 아닐까 한다. 하루 중 상당수를 나를 위한 발전적인 생각을 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화면만 보며 보내니 바쁘다는 말을 반복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른다.
브레이크. 드롭 직전에 가져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필인은 역시 여백이지. 다 빼버리고, 리버브 테일만 흘깃 흘리고, 숨 한번. 그 한마디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거기서 다들 소름이 돋았다고 말하더라. 노트를 몰아치면 훌륭한 연주처럼 들린다. 아주 잠깐은. 쪼개고 쪼개서 미어터질듯이 밀려오는 것보다 쉼표 한번 제대로 넣는게 더 어렵고, 거기서 그루브가 생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배짱의 문제라서 그렇다. 침묵이 제 편이 아닌 사람은 마냥 두드려댄다. 결국 가장 기술적인 트랜지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제대로 통찰당했다. 곡에는 그렇게 공들여 쉼표를 깎아 넣으면서, 정작 하루의 대악장에는 한마디도 비워넣질 못한다. 신호 대기, 엘레베이터, 물 끓는 잠깐, 예전엔 그 틈에서 뭐가 접혔다 펴졌다 했는데 요즘엔 손이 먼저 주머니로 간다. 알고리즘은 지나치게 유능한 세션맨이다. 빈 마디를 지나치지를 못하고 기어이 채워낸다. 시키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우리는 늘 꽉 차 있고, 무엇하나 귀 기울여 받아내기 힘들지 않을까. 내 여백은 어디 갔을까. 어디로 갔다기보단 누가 가져가는걸 그냥 지켜만 봤겠지. 채워진 쪽이 편했으니까. 핑계삼아 오늘은 한 마디만 비워볼까 한다. 아무것도 안하는 걸 제일 잘하고 싶다.
남사무엘
때로는 일하는데 필수인 컴퓨터조차 쓰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나는 일을 할 때 무턱대고 컴퓨터 앞에 앉지 않으려고 한다. 산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빈 종이에 구성을 짠 다음에야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생각이 잘 정리된 상태에서는 글 한 편 쓰는 것도 2시간 만에 끝난다. 그래서 일의 양이 많을 때도 실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남들보다 길지 않은 편이다.
화요일의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사람을 세상은 게으르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만이 아는 수요일이 있다. 내 일의 9할은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툴을 두드리는 시간은 시선을 구워내는 렌더링에 지나지 않는다. 빠른 렌더링은 부지런함이 아닌 미리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능력이지 않을까. 궤변처럼 들린다.
남사무엘
부담 때문에 일이 제대로 안 되거나 때로는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시작조차 못하고 미룬 경험을 다들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완벽주의라는 건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앞일에 대한 걱정으로 예민하게 되고. 본질과는 크게 관련 없는 사소한 것 까지 완벽을 기한다며 그 잣대를 상대방에게도 들이대서 남을 쉽게 비난한다. 완벽과는 동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완벽보다 완성이 늘 강하기에, 일단 시작하는 투박한 용기를 잃지 말 것.
남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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