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은 책

감옥 으로 부터 의 사색

신영복

데이원 멤버 7이 이 책을 서재에 담았고, 7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마련인 '작은 실패'를 간과하지 않는 자기비판의 자세입니다. 실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의 발견이 필요한 것이며, 실패가 값진 것이 아니라 실패의 교훈이 값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패와 그 실패의 발견, 그것은 산에 나무가 있고 땅속에 바위가 있듯이 우리의 삶에 튼튼한 뼈대를 주는 것이라 믿습니다.

    실패가 두렵다. 그래서 선배랑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에 대해, 실패의 가치에 대해 가끔 얘기한다.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이 실패는 안주거리가 될 것이다, 돌이켜봤을 때 '그땐 그랬지'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한 장면으로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서로를 위로한다. 근데 맞는 말이기도 하다. 실패란 결과 전에 치열하게 부딪혔을수록 실패는 더 잘 발견될 것이며, 교훈은 더 값질 것이다. 우리의 삶은 더 튼튼해질 거다. 치열하게 실패하자.

    고강용

  • 성공은 그릇이 넘는 것이고, 실패는 그릇을 쏟는 것이라면, 성공이 넘는 물을 즐기는 도취인 데 반하여 실패는 빈 그릇 자체에 대한 냉정한 성찰입니다. 저는 비록 그릇을 깨뜨린 축에 듭니다만, 성공에 의해서는 대개 그 지위가 커지고, 실패에 의해서는 자주 그 사람이 커진다는 역설을 믿고 싶습니다.

    나름 익숙함을 통해 선방해낸 2월이었다면 3월은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새로운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만큼 잘해내지 못하면 어떡하나란 마음도 적지 않다. 작년 여름가을엔 여러번 실패해본 분야에 대해 이전과 같은 실패를 않기 위한 방안을 열심히 찾아나섰다.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걸어왔던 길들에 보강공사를 할 수 있었다. 실패를 통해 나란 사람이 자주 커진 시기였다. 잘해내면 좋지만, 처음부터 잘해낸다는 보장은 없고, 쌓이는 경험이 그래서 무서운 거고, 그 경험마다 최소한 가능성만은 보여주면 된다. 잘해내지 못해도 나란 사람은 커질 것이기 때문에.

    고강용

  •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다보면 공자와 맹자도 싸웁니다. 문제는 남들에게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성깔 사나운 사람으로 호가 나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싸워두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 싸움은 큰 싸움이 되기 전에 잘게 나누어서 미리미리 작은 싸움을 싸우는 것이 파국을 면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 작은 싸움은 잘만 관리하면 대화라는 틀 속에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책은 못 되고 중책에 속합니다. 상책은 역시 싸움에 잘 지는 것입니다. 강물이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결국 바다에 이르는 원리입니다.

    오래 가까이서 볼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맞추려하지 않고 거리를 둔다. 거리를 두는 이유에는 쓸데없는 갈등을 피하려는 것도 있고, 호락호락해보이지 않으려는 것도 있다. 오래 가까이서 봐야하는 사람이라면 맞춰가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다. 싸움을 잘게 나눠서 미리미리 작은 싸움을 한다. 나름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 떄도 있지만 전보다 선을 서로 잘 지킬 수 있게되는 거 같다. 1년 전 즈음에, 선배 한 분이 잘 질 줄 알아야한다고 했다. 큰 곳에서 에너지를 써야지, 사소한 것 가지고 알량한 자존심 지키려하지말라고 했다. 작년 가을까진 나름 잘 지면서 꽤나 체화했다 싶었는데 연말연시부턴 그게 쉽지가 않다. 특히 안좋게 보이는 습관이나 언행 하나에 꽂히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지는 게 어렵다. 장항준 감독의 말 중에 부부생활 오래 하다보면 꼴보기 싫은 점들이 생기는데 그걸 최면 걸듯이 귀엽다라고 생각하란 말이 생각난다. 애써야 한다.

    고강용

  • 누군가가 "청년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없다"고 적어놓았다. 나는 이 때에 찌들은 '낙서'를 네게 전하고 싶다. 흥미 있는 일과 가치 있는 일의 차이는 곧 향락과 창조의 차이이며, 결국 소와 장의 차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금토일은 향락으로 점철된 3일이었다. 새로운 소속감을 느꼈고, 그 소속감이 약간의 허영심을 만들었다. 2년 반의 청춘을 보낸 곳으로 여행을 갔고, 문득 3년 전의 불안함이 새로운 종류의 불안으로 바뀌어있음을 알았다. 나은 종류지만 답은 찾기 더 힘든 종류의 불안. 살이 2kg나 쪘다. 4끼 연속으로 면을 먹었기 때문일 텐데, 토요일 저녁에 입이 터져서 라면을 4봉이나 흡입했으니. 인형뽑기에 6만원을 썼고 '훈이' 한 명을 겨우, 다행히 건졌다. 청년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없다. 다시 오지 않는 청년을 위해 실컷 놀아보자란 생각도 꽤 자주 했었다. 지난 금토일도 그랬다. 3일 간의 일들은 돌이켜보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억지로는 합리화할 수 있는 흥미있는 일들이었다. 창조보단 향락이었다. 도파민은 많이 나왔다. 흥미 있는 일과 가치 있는 일의 명확한 차이를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와 '남들이 내게 보고 싶어하는 콘텐츠'라고 치환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콘텐츠는 후자가 무조건 옳다. 가치있는 일을 더 추구해야한다. 인생을 길게 보고.

    고강용

  • 치열한 생존경쟁이 없어지고 나면 폭력과 비리와 패륜도 흡사 바람빠진 풍선처럼 무력해지고 이빨 빠진 맹수처럼 무해한 것이 되어버리는가 봅니다. 생존을 위한, 또는 치부나 허영을 위한 과도한 추구가 모든 폭력과 비리의 근거가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문득 5년내지 10년 안에 인적이 드문 적당한 시골로 가서 가끔 서울에 올라오고 뭔지 구체적이진 않지만 개인사업을 하며 평온하게 살고싶단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부터 비슷한 류의 생각은 해왔다. 현실의 내가 막상 그런 현실을 맞닥뜨리면 얼마 못버티고 도전같은 걸 해서 무산됐을 뿐. 언제까지란 종료시점도 모른 채 끊임없이 경쟁해야하는 게 인생의 본질인가 싶다. 언제 뒤처질지, 내 가치가 떨어질지 두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 꼭 좋은 일이 생기곤 하는데 역시 인생사 새옹지마다. 최근 나보다 40년 정도 선배의 라디오에서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할 때 어떤 마인드를 갖느냔 질문에 대한 답이 인상깊었다. ‘에라 모르겠다‘

    고강용

  • 마늘 한 통 여섯 쪽의 겨울을 넘긴 모습이 가지가지입니다. 썩어 문드러져 냄새나는 놈, 저 하나만 썩는 게 아니라 옆의 쪽까지 썩게 하는 놈이 있으며, 새들새들 시들었지만 썩기만은 완강히 거부하고 그나마 매운맛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놈도 있으며, 폭싹 없어져버린 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마늘 본연의 생김새와 매운맛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흐뭇하게 하는 것은 그 속에 싹을 키우고 있는 놈입니다. 교도소의 천장 구석에 매달려 그 긴 겨울을 겪으면서도 새싹을 키워온 그 생명의 강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봄이 아직 담을 못 넘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새 벌써 우리들의 곁에서 새로운 생명을 키우고 있던 것입니다.

    각자 모두에게 겨울이 있다.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온단 걸 알고 있음에도 추운 겨울에 생명력이 다해 죽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봄은 우리가 모르는 새 곁에서 생명을 키우고 있음을 잊지 말자. 겨울이 혹독했던 만큼 봄은 찬란했다.

    고강용

  • 창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그동안 흠씬 물 머금은 수목들이 무섭게 성장할 태세로 여름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을 다만 더위로서만 받아들이기 쉬운 저희들은 먼저 저 수목들의 청정한 태세를 배워야 합니다.

    일본에 1박2일 여행 겸 출장을 다녀왔다. 급하게 항공편을 예매해서 비싼 돈을 지불했다. 지인은 그정도 금액 주고 1박만 다녀오기엔 아깝지 않냐 물었다. 현실적인 이유, 다음날 오전부터 일이 있었기에 1박만하고 와야했다. 얼마 못있기에 내리자마자 생맥주 두 잔과 스시를 먹고 사우나 온천에서 온냉탕을 오가고 저녁에는 잊지 못할 분을 만나 비현실적인 밤을 기록했다. 일본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고작 하루 다녀온 게 되레 성공한 느낌이 들었다. 주어진 환경에 불만을 갖기보다 어떻게든 긍정적인 점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여름을 다만 더위로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고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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