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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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신중해야 하지만 빨라야 하고, 시의적절하면서도 정확해야 한 다. 기본적으로 신선함도 갖춰야 한다. 뉴스가 바라는 새로움과 시의성의 바닥을 살피면, 깊은 곳에 센세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시청자로서 뉴스를 볼 때, 그냥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게 뉴스라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뉴스도 하나의 제작물이고, 주제가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박선민
모두가 당장 삶에 필요한 정보는 수도권 뉴스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이야기는 가려진 채로 전달된다.
나도 지방 출신이고 지역 방송국에서 일을 했었다. 지역에서도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막상 전국 뉴스에는 생략되고 정치나 국제 뉴스로 도배되는 일이 많다. 물론 다수의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는 뉴스를 내보내는 건 맞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이다.
박선민
뉴스를 만들 때 기자들은 어떤 시청자를 상상할까. 뉴스는 인 간의 어떤 조건을 전제하고 또 고려하며 만들어질까. 처음 기자가 되어 선배들에게 으레 듣게 되는 말을 되짚어 보면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이 지독히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등학교 6학년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쉽게 써라'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이해시킨다는 게 참 어렵다. 쉽데 말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공부를 놓지 말자 게을리 하지말자!!
박선민
침묵이야말로 산업재해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흔적이다. 죽음이나 부상 따위의 불운한 일이 지나갔다는 걸 모두가 잘 아는 채로 입을 닫아버린, 착 가라앉은 고요함이다. 한마디를 들으려고 해도 쉽지 않고, 관계자들은 이리저리 내빼거나 입을 다물기 일쑤다.
뉴스에 나오는 사망 사고 중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게 산업재해다. 돈 벌기 위해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난다는 것이 참 슬프다. 화가나는 건 책임 회피와 침묵이다.
박선민
앵커 멘트에도 "본인이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인 기초수급자 할머니가 폐지 줍기로 모은 돈으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습니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그러나 할머니는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을까? 할머니 는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마음 씀씀이가 너그럽고 배포가 컸고, 자신의 삶을 잘 다스려 타인에게 최대한 베풀려고 하는 숭고 한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건강한 데다 경제적인 상황을 충분히 잘 통제하고 있었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하루하루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노년층의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리고 뉴스를 만드는 우리가, 지나치게 범박한 기준을 적용하여 당연히 도움을 주어야 하는 연민의 대상으로만 소비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토리텔링을 참 좋아한다. 리센느가 뜬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다. 뉴스에서 사실을 전하는 건 맞지만, 어떤 스토리텔링을 하느냐에 따라서 시청자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는 건 맞다. 늘 중심을 잃지 않아야겠다.
박선민
우크라이나전이 갓 일어났을 무렵 해넌이 영국 신문 텔레그래 프 The Telegraph에 쓴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들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다. 바로 그 점이 이 일을 이렇게나 충격적이게 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다. 넷플릭스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하고, 자유선거에 투표하고, 검열받지 않은 신문을 읽는다. 전쟁은 더 이상 빈곤 하고 외딴 곳에 사는 이들에게만 찾아오지 않는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한 선배의 인터뷰에서, “뉴스가 뭐라고 생각하냐“ 라는 질문에 ‘이야기‘이다. 나와 가족, 이웃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라고 답하신 걸 보았다. 참 감명 깊었다. 전쟁을 비롯해 뉴스에 보도되는 모든 일의 주인공이 나와 내 가족이 될 수 있다. 내 주변 이야기라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전하는 것. 앵커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인 것 같다.
박선민
날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가혹하고 무정해 보이지 만, 실은 차별 없음과 거리가 멀다. 날씨가 몰고 오는 위험함과 불쾌함은 일정 부분 값비싼 주거 환경이나 적절한 냉난방 시설로 다 스릴 수 있다. 그러니 날씨로 인해 가장 먼저 취약해지는 건 약자 들이다.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그리고 노인. 실제로 그러한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야 하겠지만, 원론적으로 보자면 날씨 뉴스는 경제적 약자나 건강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도 뉴스 가치를 더 하게 된다.
어릴 땐 날씨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비 오면 우산 들고.. 추우면 두텁게 입고.. 그 정도.. 그런데 기상캐스터로 일 하면서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폭우, 폭설, 폭염, 한파 같은 기상 현상으로 목숨, 집, 한 해 일거리를 잃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재해나 사고보다 기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며칠 전에도 본가 아파트의 외벽 도색을 하던 작업자가 페인트 칠하던 중 열사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가장 쉽고 가벼운 정보라 여겼던 게 누군가에겐 목숨이 달린 정보이기도 하다. 2년 좀 넘게 ..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날씨를 전하던 날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박선민
개인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그 방향을 틀어야 한다. 범죄가 일어나도록 방조하는 사회 구조와 가벼운 처벌을 일삼는 사법 시스템을 가리켜야 한다.
사회구조와 사법 시스템의 문제도 분명 맞다. 하지만 사회 구조가 바뀌려면 개인이 건강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과 사회는 함께 움직이는 것이기에..
박선민
고통을 판다. 고통을 본다. 고통은 눈길을 끌고••••• 때로는 돈이 된다. 고통이 자주 구경거리가 됐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이제 고통은 콘텐츠가 됐다. 콘텐츠가 된 고통은 디지털 세계 속에서 클릭을 갈망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산업의 틈바구니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버글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통을 착취 하거나 구경하고, 모른 척 지나친다.
내가 뉴스 속 고통의 당사자나 가족이라면 어떨까.. 누군가의 고통이 컨텐츠로 남발되는 건 사회문제라 생각한다.
박선민
디지털 전환으로 신문사와 방송사 등 기존 언론사가 진짜 잃고 있는 건 ‘힘'인지도 모른다. 전통적 의미 에서의 뉴스 편집권이 가진 힘이 와해되고 있다. 선형적 시간을 기준으로 마련되는 텔레비전 뉴스의 순서는 인터넷에 기사가 업로드되는 순간 상당 부분 의미를 상실한다. 언론사의 편집권은 살아있지만, 비선형적인 인터넷 속 시간에서 뉴스 큐시트는 분해되어 떠돌아다닌다. 뉴스룸이 선정한 톱뉴스의 힘은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와 조회수가 높은 뉴스의 힘에 밀린다.
보도국에서 3년 째 일하며.. 취재를 하고 뉴스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는지 눈으로 봐 왔다. 나도 그 일원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레거시 미디어가 힘을 잃어 가는 게 참 슬프게 느껴진다. 요즘 대학원에서도 늘 배우고 토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타 언론사가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며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 언론사가 아니라 어디든.. 편리하고 도파민을 주는 디지털에 그저 매몰되는 게 아닌, 위기감을 갖고 이걸 적절히 활용하며 살아남을 법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
박선민
우리는 모두 자신의 피부에 감싸여 있기에, 나의 피부 바깥에 서 일어나는 고통을 제대로 알거나 이해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껏해야 우리는 "나일 수 있었다"나 "나의 가족이나 친구일 수 있었다"는 비유를 써야 겨우 아픔을 내 것처럼 만들어 상상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니까.
당사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그 상대의 감정을 100%이해하지 못하기에 위로라 생각해서 건낸 말과 행동들이 고통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공감하거나 단정짓는 것에 조심스럽다.
박선민
고통의 저널리즘이 안방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볼거리로 전락해 남의 고통을 무례하고 폭력적으로 소비하는 유해한 저널리즘이 될지, 인간에 대한연민을 느끼게끔 하고 사회적 공감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윤리적 저널리즘이 될지가 이 개별의 저울질에 달려있어서다. 이 저울질이 끝내 성공할지는 한 고통이 발생하고 보도가 시작되는 순간 마다 매번, 정말이지 매번, 미지의 영역이다.
고통의 저널리즘, 윤리의 저널리즘… 정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 마다 느끼는 감정의 폭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건에 있어서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는 기레기라고 비난 할지라도 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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