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은 책
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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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반쯤은 관상쟁이가 된다는 말을 은영은 믿지 않았다. 그것까지 너무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라고 믿는 편이었다. 얼굴에 삶의 시간이 드러나는 건 극히 일부라고. 일부를 가지고 아는 척을 하는건 은영으로서는 좀 부끄러운 일이었다. 내가 그 사람 그럴 줄 알았잖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 좀 왔잖아, 하는 식의 화법을 부끄러워했다. 그런 말을 자신만만하게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반대 손등을 꼬집으며 버텼다.
사람을 많이 마주하는 직업은 관상쟁이가 된다는 말..에 사실 어느정도 동의한다. 관상이라기보다는 몇 마디 나눠봤을때의 본능적인 느낌인 것 같다. 하지만 감각의 기준은 오롯이 주관적이라 나와 결이 맞을지 아닐지를 가를뿐 상대의 인간성을 평가할 자격은 없다.
백채린
우쭐한 마음도 있었다. 네가 생애 전반에서 모든 게 나보다 나아도, 그래도 난 네가 못하는 단 하나를 인정받았다고. 그렇게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수언의 기준은 알게 모르게 솔지였다. 네가 밖으로 그렇게 티를 내고 생색을 낸다면 나는 조용히 이루겠어, 그런 목적은 솔지를 기준으로 세워진 거였다. 솔지가 동경 30%, 질투 30%, 관심 30%(나머지 10%의 마음은 수언이 절대 알지 못하는 종류일 것이다)의 배합으로 자신에게 보내는 눈길도 알고 있었다. 그 눈길이 좋았다. 서로의 존재를 서로 가장 잘 인지하고 있었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게 되면 수언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닮고 싶어서 때로는 질투도 나고, 온 관심과 신경을 쏟게된다. 이런걸보면 우정도 사랑의 수많은 형태 중 하나인가보다.
백채린
거슬리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었다. 수언은 스무 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안 맞고 덜걱거리는 친구와는 서서히 멀어진다. 학생부 선생님을 피해 다니던 열일곱 살 때처럼. 완전히 져주거나, 멀어졌다. 그 중간은 없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그랬다. 타인과 싸울 일은 손에 꼽았다. 엄마? 엄마랑 싸우는 걸 싸우는 걸로 쳐야 할까?
타인과 싸우는 일도, 안맞는 사람과 맞춰가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주로 갈등은 피하고 그 조짐만 보여도 끊어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턴 내가 너무 부딪혀보지도 않고 회피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피와 타협의 중간 지점은 어디일까,, 주관식이다보니 늘 어려운 문제이다.
백채린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나는 어디에 도착하고 싶은 걸까? 하고 수언은 자주 되물었다. 지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지각하는 꿈을 꾸었고 회사에서 실수하고 싶지 않을 때는 실수하는 꿈을 꾸었으므로. 도착하지 못하는 꿈은 어딘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꾸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20살 초반에 꿈에서 달리는 차에 탄 채로 전공책을 가득 끌어안고 다시 태어나면 지금 전공은 선택 안할거다라고 했던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20대 후반이 된 지금 꽤나 만족하며 일하고 있는걸 보면 20대 초반의 내가 도달하고자 했던 곳은 안정적인 지금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백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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