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은 책

동경

김화진

데이원 멤버 6이 이 책을 서재에 담았고, 4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 나 자신이라는 캐릭터. 그 캐릭터는 단일 배역이 아니어서, 공주나 모험가나 가난한 선비를 번갈아 맡을 때보다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좋은 친구, 좋은 애인, 좋은 직업인, 좋은 동료•••·· 그외 등등을, 심지어 그 많은 역할들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아름은 처음으로 나는 나라는 역할을 맡았구나, 하고 느꼈던 때의 어색하고도 낯선,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에 눈뜬 느낌에 신기하고 달뜨던 때를 떠올렸다.

    거진 처음으로 나는 나를 맡은 시기다. 이제부터는 예상해왔던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라 발닿는대로, 길을 만들어 걸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 것이 들뜨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나를 믿으면 괜찮겠지?

    이예빈

  • 이런 순간으로 알게 되는 나의 변덕과 변화는 낯설다. 이제까지 내가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게 있기는 한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어가는 것이다. 나는 나의 변화를 언제나 한발 늦게 알아차리고.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처지. 어쩌면 변한 나를 변한지도 모르는 채로 대하며 평생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 과거와 미래로 펼쳐진 나들 사이에 내가 서 있다. 어느 쪽으로든 발을 디뎌야만 닿을 수 있는 내가 이쪽저쪽에 서 있고. 언제나 나는 나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오늘 돈카츠집에서 와사비를 더 달라고 요청하면서, 스물한살 때 와사비 때문에 초밥을 안 먹던 때가 생각났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나는 예측할 수 없이 많이도 변한다는 생각이다. 그럴 때마다 내 본질도 변하는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삶은 존재하지 않던 나를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예빈

  • 몸은 고쳐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마음은 애저녁에 흐물흐물해져 있는 한때에, 샌드위치는 이름을 보고 고르면 이름대로 정확한 맛을 나에게 주었다. 가볍고 든든할 수 있다니. 식사인데 부담스럽지 않고 식사인 만큼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니. 샌드위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식욕이 별로 없는 요즘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메뉴는 샌드위치더라. 끼니로 먹었을 때 너무 배고프지도, 너무 배부르지도 않은 샌드위치처럼 나도 타인에게 소화가 잘 되고, 보이는 그대로인 사람이고 싶다.

    이예빈

  • 나보다 타인을 더 걱정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 마음이 아파지는 것을 못 견디는 마음? 네가 아프면 내가 괴로우니 아프지 말아달라는 이기적인 마음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큰 불행은 타인에게 가는 것이고 나에게는 그보다 작은 불행만 올 것이라 자만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 사랑인 건지, 잠깐 생각해봤으나 알 수 없었다. 너무 어려웠다, 그런 건.

    사랑에서 나오는 이타심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을 이렇게 이기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니 머리가 잠시 띵했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타인을 나 자신보다 걱정한 적이 있었나? 내가 아플 때의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의 마음이 아직은 어렵다.

    이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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