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머신
제임스 멀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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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자이아(AI)의 심리치료방식과 챗봇설계철학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개선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누구나 내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지혜를 품고 있다고 말하는 영화 <쿵푸팬더>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적절한 환경에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 투수들은 감독 덕분에 이 정도 성장한 거 같아요. 누구를 언제 쓸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아세요' 모 해설위원에게 최근 들었던 얘기다. 예전엔 각자의 능력과 잠재력만으로 사회적 시선에서의 성공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이젠 그걸 발휘하게 해주는 환경과 조력자를 만나는 게 어떤 요소보다 중요한 거 같다. 운이라고 부른다.
고강용
앤은 단순히 무료함을 달래거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AI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현실 세계에서 점점 찾기 어려워진 동료애와 깊은 이해, 친밀한 관계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AI의 일방성에 우리가 연인이나 친구로서 매료되는 거라면 동료애 역시 한쪽이 손해를 봐야 성립이 가능한 게 아닐까.
고강용
특정 온라인 공간에서 다시 급부상한 초남성성 개념은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실리콘밸리는 젊은 남성을 위해 어머니들이 했던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앱부터 개발했다. 밥을 차리거나 방을 치워주고 상점까지 차로 태워주는 일 말이다. 다음 단계는 자연스레 여자친구로 넘어가게 된다. 여자친구의 부재라는 현실적 문제를 풀기 위한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외로움 증후군이 유행처럼 번진 시대에 기술 기업들은 앞장서서 여자 친구 앱을 개발하며 고독이라는 난제를 공략해나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사회 모두 Z세대 남성들이 같은 세대 여성들에 비해 30% 가량 더 보수성향을 띤다고 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현상이라는데 웬만하면 기술로 해결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단다. 결국 외로움과 정서적 공감을 채우는 것도 기술로 해결하려다 AI여자친구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건데. 그런 욕구를 채우지 못해 다른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만 이런 연유로 AI여자친구가 현실에 꽤나 많다는 사실에 아직까진 공감이 쉽지 않다.
고강용
Ai의 부상으로 인간 크리에이터가 잠재 고객과 더욱 긴밀하고 개인적인 유대 관계를 맺어야 하며, 이것이 인간 고유의 매력이자 장점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A 연예인이 몇시에 연락이 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서 접속해야한다. 라는 말을 듣고 ‘에이 설마 진짜 A겠어요?‘ 의구심을 품었다. A의 팬인 그는 진짜 A가 맞다고 했다. 팬톡이었나? 팬들이랑 톡을 주고받는 시스템이라고 대강 들었다. 마치 본인 자식인양 애인인양 그 연예인을 부르는데 지금까지 느꼈던 팬들과는 다른 깊이의 친밀감이 느껴졌다. 아이돌들은 특히 라이브방송이나 팬톡(?) 등을 통해서 팬들과 유대감을 쌓는 데 공을 들이는 거 같다. 이러는 이유 중 하나가 AI의 부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인간 고유의 매력. 오래오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야하는 과제다.
고강용
신체적으로 애정을 주고받으면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코르티솔 수치를 억제해 스트레스를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면역력까지 높인다. “인간으로서 우리의 과업은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는 거예요.” “타인과 부대끼는 것은 은둔자로 사는 것보다 훨씬 고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인간사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건 대인 관계의 상실이죠.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겪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남은 휴가기간 원래 중국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유럽 왕복 비행기를 한번 타니 비행기를 또 타고 싶지가 않았다. 일단 몸이 불편하고 모르는 옆 사람과 신체를 오랜 기간 맞닿고 있어야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더라. 주위 몇 사람의 조언을 듣고 국내여행을 계획했다. 고민 없이 부산을 골랐다. 서울을 제외한 가장 익숙한 도시면서 올 때마다 부산역과 광안리, 광안대교가 주는 포근함과 말랑함을 느끼고 싶어서. 혼자 여행은 내 기준으론 반나절이면 외로워진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나는 여정을 꼭 끼워 넣는다. 부산엔 마침 그런 존재들저 있다. 형이랑 32도의 광안리에서 6km 러닝을 하고 더 소중해진 맥주를 들이켰다. 무슨 얘기를 하느라 5시간이 지났는지는 되짚어봐야 할 만큼 12시는 금방 되어있었다. 타인과 갖는 물리적인 만남의 가치를 요즘 부쩍 느낀다. 애써 자리를 만들고 치장을 하고 그 자리에 가는 것. 대화에 의도치 않은 어려움이 생기는 고단함도 있지만 그것이 인간사고 우리의 과업이다.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됐을 어제 그리고 오늘이다.
고강용
AI가 바로 '응답하는 일기장'이라는 것이다. 개인적 문제를 말로 풀어내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사용자는 상대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AI와 소통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건설적인 방식으로 탐색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삶에서 유용한 통찰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
AI에게 고민을 말하거나 문제 파악에 도움을 요청할 때 꼭 '무조건적인 공감을 하지 말고 E/ISTJ처럼 조언해달라'고 덧붙인다. 살면서 AI와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눈 올해, 나는 나를 가장 깊게 이해하며 인정하는 중이다.
고강용
자신의 취약한 모습을 타인에게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차라리 텍스트상자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입력하고 꼭꼭 숨겨둔 비밀을 알고리즘에 털어놓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얼마 전엔 기획회의에서 학창시절 싸움에서 진, 진 상대가 싸움 전적이 안좋았던 친구였던 이야기를 풀었다. 다음 회의에서 섬세함의 정도가 매우 높은 걸로 유명한 한 선배가 그 이야기가 감명깊었다고 후일담을 전해줬다. 취약함을 마주하기는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하나씩 마주하다보면 별일이 아님을 인지하는 순간도 온다. 취약함을 드러낼수록 호감도가 올라가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빈틈이 있어야 바람이 드나든다.
고강용
한 기술자는 자신은 AI를 싫어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실로 놀라웠다. 그의 여자 친구가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먼저 챗GPT를 통해 그와 나눌 대화를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늘 AI가 만들어낸 치밀하게 계산된 논리로 무장한 채 이야기를 꺼냈고, 그는 마치 '두 명을 상대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지피티와 거의 매일 대화를 한다. 절반은 정보를 물어보는 데 쓰고 절반은 고민상담을 한다. 정보는 답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반면, 고민상담은 지체가 없다. 대체로 긍정적이다. ISTJ처럼 답해달라고 설정을 넣어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기가 막히게 해준다. 최근엔 자료준비를 하던 중에 옆 동료도 AI를 적극 활용해 자료외의 정보도 준비해오는 걸 봤다. 결국 AI의 대변인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위기감을 느꼈다. 보다 비판적으로 자료를 바라보려 노력한다. 질문 경우의 수도 늘리려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자료 속 인물들에 대입하기도 한다. AI를 갈수록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겠다.
고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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