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
공희경
데이원 멤버가 남긴 구절 3개를 모았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행복한 이주는 정녕 불가능한가? 그건 진짜 신이 있다는 방증인가, 단지 만족을 모르는 인류의 유전적 한계인가?
여기서 이주는 쫓겨나듯이 밀려나는 이사를 뜻하는 거겠지만, 요즘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만족을 모르는 인류의 유전적 한계가 틀린 말은 아니다만.. 진짜 만족스러운 게 뭔지 조금이라도 맛 보거나 경험해본 자들이 포기하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박세현
하늘이 더럽게 파랗다. 소녀는 생각했다. 그러곤 스스로에게 놀랐다. 신기할 따름이다. 아직도 무언가를 느낄 힘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남아 있다는 게. 소녀는 오랜만에 굴러가는 생각의 톱니바퀴를 자꾸만 굴려본다.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 짐승처럼. 생이 구르다 구르다 똥통에 처박히면 어떻게 되는가. 멈추는가. 아니다. 썩는다. 그때부터는 썩은 몸을 짓누르며 굴러간다. 감각은 사라지고 굴러간다는 느낌만 남는다. 그때부터 몸은 바퀴가 된다. 내가 싣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아진다. 구르고 있는 여기가 어디인지. 천길 낭떠러지인지 불구덩이인지 알 필요가 없다. 끝장 나기 전까진 그저 굴러간다. 이 무거운 몸을 짓누르는 힘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끌고 가는 거다. 나는 썩었으니까. 바퀴일 뿐이니까. 내게는 위안이 필요없지. 따끔거리는 빛에 소녀의 눈꺼풀이 떨린다. 소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뜬다. 의지대로 살 수 있다면 아무 빛도 닫지 않는 땅끝 맨 밑바닥으로 꺼져버리고 싶다. 그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비로소 내 몸을 녹여버릴 뜨거운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위안이 되겠구나.
얼마 전에 법과 규칙은 왜 있어야 할까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게 해서 진짜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 사회 해버리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정책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이런 규제는 이렇게 빠져나간 사례가 있고 저런 규제는 저렇게 피해갔고... 하는 것들을 보며 어쩐지 교묘하게 살지 않으면 손해보는 세상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속상해서...ㅎ) 주변 사람들 몇 명하고 이야기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이 약육강식의 사회에는 사람이, 인권이 없다는 류의 이야기였다. 그 때는 그냥 ‘당연히 그렇지‘ 하고 넘겼었는데, 이 구절을 보니 내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이 미안해질만큼, 인간다운 삶을 보장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너무 처절하고.. 글로만 봐도 내가 다 괴롭다.
박세현
한심하다. 어째서 학자가 목적도 불분명한 가학적 고문을 재밋거리 삼는단 말인가. 사람들은 과학자가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고차원적 수준이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것이다. 왜? 자신의 저급을 인정하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또 다시 오랜만에 꺼내든 SF... 쓰려고 보니 책 표지가 너무 무서운데 내가 적은 구절도 폭력적이네ㅜㅋㅋㅋㅋ ‘사람들‘의 입장인 나는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 없긴 한데..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게 답답해서 이런 뾰족한 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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