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피플 기록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 표지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

공희경

데이원 멤버들이 이 책에 남긴 기록 12개 중 최근 3개를 소개합니다.

최근 멤버들이 남긴 기록

  • 입이 지워진 소녀는 일그러진 얼굴로 내게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는데, 그 눈이 지독하게 슬퍼 보였다. 소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향기로운 음식에 취해 무심코 지나쳐 온 순간들이 심장에 박혔는데 가슴이 무너지며 그간에 먹은 찌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는데 폭포처럼 발등을 타고 흘렀는데... 그르르르쿠쿠쿵쿵,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파티장 을 감싼 공관들 지붕 너머 얼굴들이 달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무심한 눈동자는 우리를 스친 후 허공을 향해 미끄러졌다. 옥수숫대처럼 자라나는 몸이 건물 벽을 밀치고 하늘을 향해 뻗쳤다. 나는 소녀를 부둥켜안았다. 웃자라는 그들의 몸이 출렁거렸다. 폭풍에 흔들리는 우듬지 같았다.

    너무 딥하고 으시시하다. 인간의 잔인함이란, 그와 동시에 참으로도 끈질긴 생명력이란. ㅜ

    2026년 9월 13일

  • 천민이 없다면 중산층의 비참함은 지배층을 찌르는 날카로운 바늘이 된다. 하지만 천민이 있어 삶을 위로받고 경각심을 얻어 사회에 헌신할 수 있고 중간자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공고히 한다. 누군가의 위에 있음에 매일 밤 감사를 드리며 안도의 한숨 속에 잠들 수 있는 거다.

    남의 불행을 통해 얻는 행복이 가장 싸구려라고 배웠다. 그러나 우리는 ‘얄궂게도‘ 비참할 때, 불안할 때 본능적으로 나보다 못 한 사람부터 찾게 된다. 너무 대놓고 써있어서 대리 부끄러웠다...

    2026년 9월 13일

  • 갓 태어난 어린 곤충조차 이 지랄하는 비로부터 자손을 보호하기 위해 제 몸집보다 큰 방수 껍질로 알을 싸고 또 감싼 뒤 기꺼이 증발한다. 눈도 입도 없이 태어난 이 하찮은 것들은 비가 올 때를 알고 사라질 때를 안다. 더디지만 끈질기게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 것들이다. 버림으로써 영원히 사는 법을 알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진보라는 걸 이 똥덩어리들만 모른다. 세상이 왜 우리에게 맞춰지질 않냐며 배만 긁는다.

    책을 처음 샀을 때 띠지에, 인간에 대해 폭력적이고 허약한 족적이 라고 표현한 것을 읽었다. 이 챕터에서부터 드디어 인간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덩달아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식물 동물은 그렇게나 빨리 진화하는데 인간은 왜 몇 천년이 되도록 크게 달라짐 없이 그대로일까? 이제는 식량 부족할 일 없이 어느 정도는 잘 먹고 살 수 있는데 지방은 왜 축적되는 걸까ㅎㅎ;;

    2026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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