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은 책

쓰가루

다자이 오사무

데이원 멤버 11이 이 책을 서재에 담았고, 10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 이젠 뭐가 어떻게 되더라도 괜찮다, 싶은 그야말로 아무 근심 없고 평온한 상태다. 평화란, 이런 기분을 말하는 걸까?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이때, 태어나 처음 마음의 평화를 체험했다고도 할 수 있다.

    행복보다 좋은 게 평온이라는 말을 믿는 편이다. 행복은 사실 순간에 불과하고, 내 마음의 안정을 얻는게 어느순간 더 큰 가치가 되었다.

    장혜린

  • 나는 그런 사소한 한 가지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간’에 가닿은 듯한 느낌이 들어, 이 M씨 집에 들른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 한 가지의 보람을 찾기는 쉽다.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장혜린

  • 나는 형한테서, 그 사건에 대해 아직 용서받았다고 여기진 않는다. 평생, 틀렸는지도 모른다. 금이 간 찻종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찌해 본들, 원래 그대로는 되지 못한다.

    인간관계란 참 어렵다.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지만 않아도, 찻종이 금이 가지만 않아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 아닐지

    장혜린

  • 가나기 생가에서는, 신경이 피로해진다. 더구나 나는 나중에 이처럼 글로 쓰니까 글렀다. 육친을 쓰고, 그리하여 그 원고를 팔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고약한 전생의 업을 짊어지고 있는 남자는, 신으로부터 그 고향을 빼앗긴다. 결국 나는 도쿄의 누추한 집에서 선잠을 자고, 생가의 애틋한 꿈을 꾸며 그리워하고, 이곳저곳 헤매다가, 그러고는 죽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그것이 일이기 때문에 오는 모순과 힘듦이 있다. 작가도 그것을 여실히 느낀게 아닐지

    장혜린

  • 나는 그걸 한 마리 원래 모습 그대로 구워 달래서, 그러고는 그것을 커다란 접시에 올려놓고 바라보고 싶었던 거다. 먹는다, 먹지 않는다는 주요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걸 바라보면서 술을 마시고, 넉넉한 기분이 되고 싶었던 거다.

    넉넉한 기분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한끼라도 정말 신중히 메뉴를 고르고 맛집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먹으려는 욕심은 사실 음식을 핑계로 그 넉넉함을 느끼려는 것일지도

    장혜린

  • 좋은 문장을 읽고서, 휴우 마음이 놓였다. 결점을 찾아내어 개가 따윌 올리기보다는, 얼마나 기분이 흡족한지 모른다.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좋은 문장을 읽고 싶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책을 읽는다. 물론 지식의 습득도 중요하겠지만은.. 요즘은 너무 빨리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니, 꼭 책이 아니어도 수많은 지식과 정보의 늪에 빠져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 템포 쉬어가는 듯한 이 책이 참 좋고, 편안하다.

    장혜린

  • “믿는 데에 현실이 있는 것이고, 현실은 결코 사람을 믿게 만들 수 없다.”라는 묘한 말을, 나는 여행 수첩에 두 번이나 거듭 쓰곤 했다.

    내 뜻대로 쉽게 될리가 없다고, 기대치를 낮추고 살다보면 의외의 좋은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장혜린

  • 나는 뒤로 양손을 짚고서 올려다보며, “내 작품 따윈 정말로, 형편없으니까. 무슨 말을 하건, 헛일이야. 그래도, 자네들이 좋아하는 그 작가의 10분의 1쯤은, 내 작업을 인정해 줘도 좋잖아? 자네들이, 내 작업을 산뜻이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 난들,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고 싶어지는 거야. 인정해 줘! 20분의 1이라도 괜찮아. 인정하라고!” 다들, 한바탕 웃었다. 웃음을 사니, 나도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나를 인정해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이 어린 애같으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저만큼이나 드러내고 유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게 어른의 모습 같기도 했다.

    장혜린

  • 도회인으로서 내게 불안을 느껴, 쓰가루인으로서 나를 움켜잡으려는 염원이다. 표현을 바꾸자면, 쓰가루인이란 어떤 사람이었나, 그걸 밝혀 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 다녔던 학교, 지금은 기억이 희미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동네.. 이런 나의 근본을 굳이 찾아가는 여행은 해본 적 없다. 책을 읽다보니 언젠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가끔 자리에 붙은 이름표 속 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곳에서 형성된 나는 아직 너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이게 작가가 느낀 도회인으로서의 불안과 비슷한 걸까.

    장혜린

  • 몇 년 전, 나는 어느 잡지사로부터 '고향에 보내 는 말'을 요청받아 그 응답으로 말하길,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를 미워하노라.

    사랑하는 만큼 미운 것들이 있지..

    장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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