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은 책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데이원 멤버 0이 이 책을 서재에 담았고, 12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 다들 대체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어쩌면 다들 날마다 아무 내색 않고 일터에 나와 있는 걸까?’ 맨정신에, 취기 없이.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여러 복잡한 숙제들이 많아서 피곤한 요즘이다. 다들 어떤 낙으로 출근을 하고 삶을 사는걸까 궁금하다.

    김윤선

  • 근 일 년간 부동산 기사에는 집값이 안정되길 바라는 무주택자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댓글이 난무했다. 시기니 질투니 하는 말도 모욕적이었지만, 무지니 게으름이니 하는 말도 부당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힘들게 한 건 ‘어쩌면 잘못은 정말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문외한이기도 하고 당장 집을 살 수 있는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특정 지역의 집값이 뛰는 걸 보면 '아 미리 부동산 공부좀 하고 그럴걸' 하며 괜히 후회가 들기도 한다. 사실 개인의 스타일에 맞게 투자를 하는 것이 맞는데, 안 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게 이상하기도 하고..

    김윤선

  •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의 활력소처럼 가볍게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삶의 권태를 어느 정도 그렇게 견디는 것뿐이라고 여기려 애썼다. 자기 방의 벽지를 바꿀 수 없을 땐 남의 집 현관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되니까. 그게 남 뒷얘기 하는 이들 못지않게 속물적인 태도란 걸 알면서도 그랬다.

    친한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을 때면, 얘기 주제는 대부분 회사 욕이나 빌런 욕이 된다. 어떤 대상에 대한 뒷담화로 즐거움을 찾는게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회사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을 얻는다는 것이 웃긴 아이러니이다.

    김윤선

  • 잠시 후 노래가 끝나자 현수는 '왠지 '가지 말라'는 청보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배웠어'라는 가사가 더 슬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다며.

    이전에는 멀어진 친구나 헤어진 연인에 대해서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 있었다면, 요즘은 그들과의 기억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으니 좋은 배움으로 미련없이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최악의 기억도 많긴 했지만.. 덕분에 많이 배웠다..^_^)

    김윤선

  • 누군가의 부고 앞에서 손익을 따지는 스스로가 싫었지만 깊은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회사는 경조사가 생긴 당사자와 친하지 않더라도 경조사에 참석을 하거나 송금을 해야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경조사를 함께 하는 것은 좋지만, 연말에 경조사비 지출이 부쩍 커지다 보니 '이렇게까지 챙겨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걸로 손익을 따지고 싶지 않은데, 마음보다 돈이 먼저가 되는 것 같은 이 문화가 의문이 들긴 하다.

    김윤선

  • 얼마 전 남편이 내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살게 되면 남을 돕고 살자." 그런데 여보, 우리가 잘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도 이웃이 생각날까?

    자본주의와 가까워질수록, 이타주의와는 멀어진다. 돈의 힘을 느끼게 되면서 요즘은 '내 코가 석자'의 마인드가 쎄졌다.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를 늘 갖고 있지만, 현실은 내 재산 지키기에 급급하다. 그럴 때마다 '돈' 앞에서 아등바등 해야 하는 삶에 회의감이 들곤 한다. 지본주의와 이타주의는 정말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김윤선

  • '하나 마나 한 말'을 최대한 진심어리게 하는 것도 어른의 화법일 텐데. 누군가의 부고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가진 표현의 한계와 상투성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진심 어린 축하는 쉬운데, 진심 어린 위로는 참 어렵다. 과도한 위로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고 담백한 위로는 진실성이 없어 보인다. 그 중간점을 찾는 게 늘 어렵다.

    김윤선

  • 평소에도 여러 번 들은, 눈 깜짝할 사이 폭삭 늙어버린 엄마가 내게 보낸 ‘고맙다’는 문자를 보자, 이상하게 그 말을 받은 게 아니라 언젠가 내가 상대에게 준 무언가를, 아니 오래시간 상대가 내게 주었다 생각한 무언가를 도로 빼앗은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마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낸다. 생활비가 늦어지면 엄마는 그 사유를 물어보며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문자를 보낸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는 모녀간의 무조건적인 애정이 오갔으나, 엄마가 나이가 들면서 돈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야만 '고마움'이라는 마음이 오가는 것에 주인공은 회의감을 느낀다. 이 문장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김윤선

  •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돈보다는 '경험'을 추구했다. 큰 비용이 들더라도 내게 경험이 된다면 값어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식, 코인 등을 쫒기보다 경험을 쫒으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경험보다 '돈'을 더 추구하게 되었다. 최근에 겪은 일들로 인해 '내 가족과 내 미래를 지키려면 돈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참 세속적으로만 느껴졌던 것들이 이제는 참 소중하게 느껴지니 아이러니 하다.

    김윤선

  • 아무리 실용적인 내용이라도 편지에는 얼마간 시간과 정성이 들기 마련이고 그게 발신인과 수신인 사이에 늘 실용 이상의 무언가를 남겼다.

    며칠 전, 회사 동료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간단한 쪽지와 함께 간식 꾸러미를 돌리셨다. 한명한명 이름을 담아 적은 쪽지와 간식 포장에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것이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요즘에는 누군가와 손글씨를 주고 받을 일이 없는데, 손글씨로 쓴 짧은 글에도 마음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내년에는 나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쓴 쪽지나 편지를 건네보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김윤선

  •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다르다는 자명함이, 엄마의 하루와 자신의 하루의 우선순위, 색감과 기대가 늘 달랐다는 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문득 뼈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원하는 것을 사고, 친구와 놀고, 여행을 훅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갖고 있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들이 짊어진 무게 속에서 하루를 사신다. 나 혼자 이런 자유를 누리는게 죄송스러울 때도 많지만, 그렇다고 선뜻 부모님의 짐을 나눠드는 효녀노릇을 하지도 못한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나의 삶을 살면서 부모님의 삶까지 챙길 수 있을까?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다르다는 자명함'이라는 문구가 유독 와닿는다.

    김윤선

  •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

    "열심히 하는건 기본이고, 잘하는 게 중요하지." 군기가 바짝 든 신입사원 때, 열심히 일하겠다는 나의 말에 팀장님은 이렇게 답하였다. 그때는 이 말이 참 차갑게 느껴졌다.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인데, 내가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한계점을 마주할 때마다 곧 잘 무너지곤 한다. '이겨내야만 하고, 해내야만 하는 것'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꾸역꾸역 버텨가는 요즘이다.

    김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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