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데이원 멤버 3명이 이 책을 서재에 담았고, 3개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멤버들이 밑줄 그은 문장
전적으로, 감(感)에 의존하는 여행. 그것이 윤의 방식이었다면, 전적으로 ‘표’에 의존하는 여행, 그것이 선의 방식이었다.
처음으로 내돈내산 해외여행을 갔던 20살 때의 내가 생각났다. 첫 여행 치고 넘 스케일이 컸던 나머지 12박짜리 미국여행을 거의 30분 단위로 계획을 세워서 심지어 종이에 써간 (그시절) 대문자J 나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문자P인 내 친구. 둘이서 진짜 재밌긴 했는데, 이렇게 텍스트로 보니 다시금 내 친구가 진짜 힘들었겠다 싶다. 그래도 선이는 계획이 틀어질 때 본인이 더 완벽했어야 했는데- 한다면 나는 틀어졌을 때 상황에 아쉬워하며 동행자의 기분이나 텐션을 더 신경쓰지 못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내 친구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ㅎㅎ 요즘도 가끔 ‘그 때 진짜 미친 계획이었는데 너는 어떻게 그걸 다 받아줬냐’, ‘난 유익하고 좋았다 옆에서 그냥 그런 네가 신기했다’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오랜만에 또 꺼내봐야겠다🙃
박세현
잊고 살았는데, 몇 해 전에 느닷없이 그 섬이 그리워졌다. 막연한 그리움이었다. 그것은 호되게 앓고 난 유년의 어느 아침, 엄마가 끓여놓은 따뜻한 쌀미음의 맛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닮았다.
‘우리가 녹는 온도’ 라는 제목에 정말 꼭 맞는 책인 것 같다. 단편을 읽을 때보다, 그 뒤에 작가님의 덧붙인 글을 읽는게 너무너무 좋다. 좋아서 두번 세번이고 다시 읽었다. 진짜 우리-작가님과 나, 그리고 독자님들-가 녹는 온도 중에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작가님, 저도 요즘 쌀미음 같은 것이 너무 그리워요. 무해하고 뭉글한 것들이 그리워요 밍밍한 맛이 좋아요..
박세현
실행에 옮긴 적도 있다. 방법은 쉽다. 상대방이 잘못했을 때, 관대하게 말하면 된다. 괜찮아.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그렇게 횟수를 쌓아갈 때마다 미리 스스로의 감정을 추슬러둔다. 그러다 더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딱 끊고 돌아선다. 상대의 어리둥절해하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통쾌하거나 시원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입안이 시고 썼다. 사랑에 대해, 사람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에게서 ‘무슨 말을 듣든 다 괜찮다고 또다시’ 말할 거라면, 다시 시작하지 말라고. 괜찮을 땐 괜찮다는 말을,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는 말을, 여하튼 언제나 당신의 진심을 말하라고.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 ‘좋은 관계’란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음~ 오랜만에 소설의 맛. 같은 생각을 해도 이렇게 부드러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게 언제 읽어도 신기하고 산뜻하다. 집중해서 길게 읽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단편소설집을 들어보았다.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 좋은 관계가 없다 - 듣던 중 너무 반가운(?) 소리였다. 그래 사실 몇번이고 다시 생각해봐도 괜찮지 않은 것이라면,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할 수도 있겠다. 또, 말해보기 전에는 섣불리 깊게 판단하지 말자.
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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