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피플 기록
위저드 베이커리 표지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데이원 멤버들이 이 책에 남긴 기록 13개 중 최근 3개를 소개합니다.

최근 멤버들이 남긴 기록

  • 머릿속에서 이성의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건넨다. 추억은 그대로 상자 속에 박제된 채 남겨두는 편이 좋아. 그 상자는 곰팡이나 먼지와 함께, 습기를 가득 머금고서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언젠가는 버려져야만 하지. 환상은 환상으로 끝났을 때 가치 있는 법이야. 한때의 상처를 의탁했던 장소를 굳이 되짚어가는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아.

    환상은 환상으로 끝났을 때 가치 있는 법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환상을 현실로 끌고와 직접 경험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아름답지가 않다. 첫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완성되는 것과 비슷한게 아닐까싶기도 하다.

    2026년 3월 18일

  •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감정은 녹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한 번 스크래치가 나버리면 새살이 돋아난다한들 흉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말을 할 땐 늘 신중을 가해야되는 것 같다. 이미 긁어놓고 사과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2026년 3월 15일

  •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인간의 모든 의지와 노력, 욕망과 의미를 수포로 만들어버리는 낱말이 바로 '시간'이지 않을까. 이 순간 아닌 지나간 모든 것이 박제나 화석 또는 추억 이라는 이름으로 변형되는.

    시간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지나고보면 힘들었던 순간들도 미화가 돼서 좋았던 부분들만 빼내어 기억에 남고 나머지는 휘발된다. 그래서 인간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26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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